디펜딩 챔피언이라고 보기엔 안쓰러울 정도로 리그 초반을 치르고 있는 첼시가 사우스햄튼을 맞아 스탠포드 브릿지에서 패배를 맞봤다. 스코어를 보고 다시 한 번 눈을 비빌 수 밖에 없었고 스쿼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당 아자르, 파브레가스, 오스카, 존 테리, 이바노비치가 경기장에 있었지만 분명히 첼시의 경기가 아니었다. 원정을 온 사우스햄튼의 저지와 색깔이 바뀌었나 하는 의심을 갖기까지 했다.
피지컬을 바탕으로 빠른 역습과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던 그 첼시인가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부진했고 투지가 없었으며 압박도 없었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서로 말없이 고개만 떨굴 뿐 화이팅이 살아나지 못 했다. 선수들은 피로해 보였고 이런 책임은 감독인 주제 무리뉴를 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무리뉴 감독이 저질로 온 패착이 여러가지 있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전권을 준 덕에 선수영입까지 권한을 갖게 된 것이 어찌보면 독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전의 로만이었다면 벌써 경질이야기와 스쿼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시점이지만 약속대로 꾹 참고 있는 모습이다. 에당 아자르와 함께 소년 가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팀을 꾸려가던 후안 마타를 전술에 맞지 않는다고 스쿼드에서 배제하고 이적을 시킨 뒤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영입한 것부터 시작해서 캐빈 데브라이너를 분데스리가로 보내 맨시티로 이적하게 한 일까지 무리뉴의 패착이다.
스쿼드를 붙박이로 운영하면서 선수들의 피로도는 심해졌고 새로 영입한 유망주들은 한 두번의 테스트를 거쳐 임대를 보내기 일쑤였기 때문에 지금의 첼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무리뉴가 명장의 반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가끔 자만감으로 인해 팀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선수을 영입하는 권한이 없는 이빨 빠진 호랑이였고 첼시로 오면서 로만에게 이런 부분을 확실하게 못 박은 것 같다.
시즌 초반이지만 4패와 16위의 순위는 기대감을 갖을 수 없는 숫자이다. 앞으로도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첼시의 입장에서 지금의 모습으로는 부담이 상당하다는 중론이다. 현지에서도 무리뉴의 운영에 대해 서서히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 것을 봐서는 조만간 로만과 독대의 시간이 있을 것 같다. 첼시의 앞날이 조금은 걱정스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