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드라마 닥터 하우스를 보았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우리와는 다른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드라마 중에 하나였으며 오랫동안 기억에서 떠나지 않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하우스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와 의학적 지삭으로 무장하고 궤변에 가까운 자기애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메디칼 드라마의 특성상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야 하지만 하우스는 누구보다 차갑고 냉철한 감성을 내내 드러냅니다.
독특함을 넘어선 그의 성향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로 마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며 드라마를 인기의 반영에 올려놓은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처음 봤을 때 닥터 하우스의 오마쥬가 번쩍 떠올랐습니다. 각본과 제작의 의도는 확실히 다른 방향이지만 캐릭터의 지향에서 아류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사부는 뛰어난 의학지식과 관철력을 가진 인물로 등장을 합니다. 괴팍한 성향과 독단적인 판단은 닥터 하우스의 것들과 무척이나 닮아 있으며 한국적으로 풀어나는 노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드라마 굿와이프를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 이미 선을 보이면서 대놓고 아류를 자청하기도 했으며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한 김사부의 캐릭터는 닥터 하우스의 것들을 다수 차용하고 있습니다. 굿와이프처럼 대놓고 리메이크를 외치고 있지는 않지만 하우스가 보였던 것들을 김사부에서 종종 느낄 수 있습니다. 한석규를 김사부로 캐스팅한 것도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석규의 연기를 상당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언제부턴가 그의 연기는 정체되었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 갖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뛰어난' 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연기자들과 같은 함정에 빠진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김사부보다도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서현진입니다. 그녀의 연기가 이정도로 깊은 내공을 가지고 있는 지 몰랐으며 드라마를 통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연기와 대사의 톤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연기에 대한 철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많은 내공을 쌓지 않았다는 편견을 날려주며 자신의 존재감을 한 껏 드러내고 있으며 드라마의 주역으로 부상할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표현하는 그의 손은 압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디컬 드라마만이 가지는 긴장감과 에피소드가 중심이 되었으나 서현진과 유연석의 멜로가 섞이면서 본질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옥의 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한국적인 드라마의 전형을 따르고 있는 모습은 처음 가졌던 환상을 깨기에 충분한 방향입니다.
회가 거듭할수록 메디컬 드라마의 방향성과는 무관하게 등장하는 러브스토리는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시청자들을 의식한 포석이 깔려있는 구성은 참신한 초기의 모습이 변질된 것입니다. 드라마의 방향은 아마도 뻔한 멜로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상열지사가 인생사의 모든 근간이기는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러브라인은 상당히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