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영화에 자주 얼굴을 드러내는 신하균과 독보적인 캐릭터의 이성민이 주축이 되어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영화 "바람바람바람" 은 B급 향기 가득합니다. 부부간의 일상을 보여주는 듯한 스토리를 전개하지만 이야기 흐름에 반전이 숨겨 있습니다.
신하균은 '순수의 시대' 에서 각인된 캐릭터를 '바람바람바람' 에서도 이어가는 형국입니다. 성이라는 코드에서 다소 멀어진 캐릭터를 연기하던 신하균은 이번에도 여성과의 호흡을 표면적으로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매력적인 상대역인 이엘과 송지효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는 이성민이 추구하던 스릴이었고 이에 동의하지 않았던 신하균의 속살입니다.
인간 내면에 누구나 숨기고 싶은 짜릿한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가정을 보여주는 '바람바람바람' 은 재목부터 내용을 짐작하게 하지만, 진부적이거나 보수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참신한 B급 영화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써니' 와 '스물' 에서 좋은 연출을 보였던 이병험 감독으로 각본까지 책임졌습니다. 이병헌식의 새로운 접근은 스물에서 드러난 철없고 본능적인 흐름을 뒤따르고 있습니다.
본능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지만 과도하게 노출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으며 원조적인 감성을 끌어내지도 않습니다. '스물' 이 20대에 갖는 원초적인 고민이라면 '바람바람바람' 은 중년에 가질 수 있는 본능에 관한 해프닝입니다.
한없이 심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게 이끌어 가는 가운데 던지는 메시지가 엄청나게 파괴적이지는 않지만 뭔가를 되짚어 보게 만듭니다.
